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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골퍼
핑계 없는 무덤 없다. 본문
내게는 골프를 가르쳤던 프로도 없었기 때문에 같이 연습장에 나가던 어릴 적 고향친구와 머리를 서로 올려주기로 하고 실제 골프장으로 달려갔었다.
첫 필드 경험은 춘천 근교의 9홀 퍼블릭 코스인 스프링베일GC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의 바닥에 인조 잔디 매트가 깔려있어 인도어 연습장과 비슷하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티샷을 해보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파 3홀의 아이언 티샷 외 드라이버 샷은 라운드 내내 도무지 똑바로 날아가는 볼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7개의 드라이버 티샷은 모두 오른쪽 OB 구역으로 날아갔고, 그나마 2개의 아이언 티샷이라도 그린 근처까지 보낸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당시 필자는 클럽이 너무 저렴한 것이어서 너무 쉽게 슬라이스가 발생하는 것 같다는 자위를 했었다.
그래도 티샷은 나은 편이었던 게 페어웨이나 러프에서의 아이언 샷은 볼을 맞히기조차 쉽지 않았으니 굴곡진 땅바닥만 원망했더랬다. 그랬다. 세컨 샷이 안 맞은 건 다 안 좋은 라이의 볼 위치 때문으로 돌렸다.
또한, 그린 근처의 어프로치 샷이나 퍼팅이야 필드 경험이 없으니 냉탕과 온탕이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합리화하였다.
이렇게 첫 라운드를 핑계로 일관하며 끝냈다.
그런데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3개월 넘게 인도어에서 그렇게 많은 연습볼(그 땐 본인 생각으로 꽤 많이 쳤던 걸로 생각했음.)을 쳐댔건만 결과라고는 스코어를 적다가 포기할 정도로 처참하다는 것이 분했다. 라운드를 끝낸 후 돌아왔는데 가게 사장님(집사람)이 버디 몇 개 잡았냐고(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묻길래 대꾸도 하지 않고 캐디백을 창고에 처박아 버렸고 한동안 골프 클럽은 쳐다도 보질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불알친구와 지인들의 꼬임으로 이번엔 스크린 골프에 입문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말이면 스크린에서 모여 골프장 시뮬레이션을 체험하게 되었다. 좀 지나고 나니 스크린 게임의 요령을 알게 되고는 언더파를 밥 먹듯이 하면서 "골프! 뭐 별 것 아니네...!"하는 이야기를 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게 된다.
'많이 잡아줘도 홀당 1개씩 얹어서 90타 정도로 보기 플레이 정도는 하겠군.'하는 망상까지 꿀 정도였다.
그래서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캐디백을 꺼내서 스프링베일GC를 다시 찾았다.
두 번째 실제 라운드의 결과 역시 참혹했다.
스크린의 시뮬레이션과 실제 필드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여기서 고민이 왔다.
그냥 스크린으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골프라는 운동을 접어야 하나? 내가 무슨 영업 직종이어서 접대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필요가 있다고 이런 부자들이나 할 법한 고급 스포츠를 해야 하지? 하는 고민 말이다.
그래도 일 년 가까이 잡고 있던 그립을 풀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백돌이는 면해보자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인도어 연습장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는 월 회원이 아닌 박스 회원으로 등록하고 타석에 들어서서는 무턱대고 볼을 치기보다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매 샷에 임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기대하며...?)
하지만 필자가 무슨 '골프 천재 탄도'일 리 있겠는가?
그렇다고 매주 필드로 달려갈 수 있는 재력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닌지라 백돌이를 좀처럼 면하기는 애당초 틀렸다.
그렇게 시간은 또 속절없이 흘러만 갔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진 것은 없었고 백돌이는 면해야 했다.
가게 사장님인 집사람에게 댈 무언가의 핑곗거리를 꾸미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초등학교 6학년인 죄 없는 하나뿐인 아들놈을 끌어들였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운지 모르고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알려 줘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며 그놈 엄마(사장님 겸 집사람)에게 입에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했었다.
그리고는 여름 방학이 되자 아들놈을 데리고 캄보디아의 프놈펜으로 향했다.
겉으로는 철부지 6학년짜리 아들의 '인간 개조 프로젝트'라고 핑계를 대며 떠났지만, 사실은 그 아버지의 '脫 백돌이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초등학생인 아들을 프놈펜 빈민가에서 활동 중인 선교 단체에 맡긴 후 아버지는 캐디백을 메고 시내의 골프장 인근 숙소로 가버렸다.
선교 단체의 수장으로 있었던 목사(후원 중인 교단 內 친척분이 워낙 요직에 계셨던 터라 필자에게 극진한 접대가 있었지만)와 함께 프놈펜 골프장 여러 곳을 다녔는데 두 번째 라운드부터는 안정적으로 100타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웬만해선 100타를 넘지 않는 것은 다 아들놈 덕분일 것이다.
이렇게 필자는 골프 초보를 간신히 면한 상태이지만, 지금도 수많은 핑곗거리는 넘쳐나서 궁극의 싱글 플레이가 되려면 요원하기만 하다.
한편 지인들은 필자가 동남아 있어서 매일 골프장을 갈 수 있을 것 같아 엄청나게 부러워했지만, 실상은 그들이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예나 지금이나 가진 돈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아무리 한국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해도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 법이고,
은퇴 후 한량처럼 하릴없이 매일 놀기에는 아직 나이가 많이 모자라니(정말?) 뭐라도 해야 될 판이고,
일 끝내고 여유가 좀 생긴 후라고 해도 어떤 날은 비가 와서, 더워서, 전날 마신 술이 덜 깨서, 귀찮아서, 잠이 모자라서 등등 실로 핑곗거리는 끝이 없었다.
그러니 동남아에서 살고 있다고 골프 실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리라 예단하지 말자.
이쯤 되면 필자가 아직 프로 골퍼나 싱글 플레이가 되지 못한 이유를 독자들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다 돈 때문이요, 날씨 탓이요, 술 탓이고, 전부 남(신천지나 전빤스 같은) 탓이고, 전적으로 코로나 탓이다!
그래서 핑계 없는 무덤은 없고, 사연 없는 골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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